- 세례받은 신자 -
16세기 유럽에서는 종교 개혁의 선풍이 일었는데 그 가운데 근본주의자였던 후터, 메논, 제논 등은 칼뱅이 주도하는 종교 개혁이 권력화의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가톨릭 교회의 권력을 분양받고자 동참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진정한 제자로 살고자 신앙의 개혁을 한 것이다. 유아 세례는 부모의 신앙 봉헌식에 불과하다. 성년이 되어 직접 자기 일생을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고백의 결단으로 세례를 받는 것이 진정한 세례성사다.”
유아 세례를 받은 이도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들을 ‘재세례파’라고 하는데,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주에 정착한 그들을 ‘청교도’라고도 부른다.
그 후손들은 500년 전통을 이어 지금도 신앙 공동체로 살아오고 있다. 그들은 세례를 대단히 중요시한다. 단순한 입교 예절이 아니라 평생을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겠다는 투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자도’(弟子道)란 말도 즐겨 쓴다. 스승의 십자가를 진정으로 따르는 삶이 제자의 길이라는 뜻이다.
세례성사가 입교 예식에 불과하면 자신의 삶이 변화될 수 없다. 세상 물신을 숭배하는 삶에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이로 변형되는 은총이 세례성사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왜 인간에게 세례를 받으셨어야 할까?’
예수님의 탄생과 삶과 죽음과 부활의 궤적은 구원을 향한 인간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예수님과 하나를 이룰 때 구원의 삶을 살게 된다. 사람은 예수님처럼 하늘의 점지로 태어났는데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투신이 진정한 세례의 삶이며 제자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