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로 사는 사람은 변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삼으며, 그 결과 전체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게 됩니다. 이런 인식으로서의 제자도는 우리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돕는 역량에 집중합니다. 이렇게 볼 때, 인식은 이른바 기대하는 일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이런 특성은 진정한 제자의 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한 가지 면모입니다. 제자들은 언제라도 스승이신 주님을 통해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평범한 일을 통해 큰 일이 발생할 것이요, 그렇게 해서 새 빛이 세상을 비추게 될 것이라는 점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에서‘기대하는 사람들’입니다. 복음서에서도 제자들은 단순히 듣는 일에서 끝나지 않고 보는 사람으로도 그려집니다. 제자는 모든 곳에서 실마리를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유익한 말씀을 귀 기울여 들을 뿐만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긴장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상징적 행위들을 살펴봅니다. 또 행동을 살펴서 어떻게 예수를 중심으로 실재가 재구성되는지 알려 주는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예수님 역시 끊임없이 제자들에게 인식하고 기대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려고 애쓰는 우리에게도 인식과 기대는 똑같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분명 처음 제자들과는 다른 형편에 있습니다. 우리는 부활 이후의 신자들이며 또 복음서에 나오는 처음 제자들보다는 조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성령이 함께하셔서 지도하고 깨우쳐 주며, 우리의 인식에 활력을 부어 주고 기대감에 불을 붙여 주십니다. 첫 제자들처럼 우리도 귀 기울여 들을 뿐만 아니라 바라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성경 속에서 우리를 향해 솟아나는 말씀에 귀를 기울려 듣습니다. 또 성사를 통해 교회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놀라운 행위를 바라보면서, 성령께서 다시 연결을 이루어 주시도록 구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대감을 품고 서로 다른 사람을 바라봅니다. 이 일은 꾸준히 이어 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 제자도의 한 측면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그리스도인이나 그리스도교 공동체 앞에 설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그리스도께서 이 사람이나 모임을 통해 내게 주시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입니다. 예수께서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셨으며, 그래서 우리는 그런 기대감을 품고 서로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정치나 숨겨진 의도, 혹은 그와 비슷한 일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제자도에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우리 교회가 이렇게 서로에게 기대감을 품는 모습으로 바뀌기를 소망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참으로 성서적이면서도 복음으로 다듬어진 교회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