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특성입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위대한 신비주의자로 이름을 남긴 16세기 스페인 수사 십자가의 성 요한(St. John of the Cross)은 이 문제를 다루면서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당시 활동했던 여러 신학자들처럼 십자가의 성 요한도 인간의 정신이 세 가지 기본적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견해를 따랐습니다. 그 견해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은 이해하고, 기억하며, 원합니다. 좀 더 추상적인 용어로 바꿔 말하면, 인간의 정신은 지성과 기억과 의지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만일 지성, 기억, 의지를 믿음, 소망, 사랑과 함께 묶어 생각한다면 우리가 시작하는 곳과 끝내는 곳에 대한 완벽한 그림을 그려 낼 수 있다는 독특하고도 새로운 통찰을 제시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믿음은 지성에서 일어나고, 소망은 기억에서 일어나며, 사랑은 원하는 일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제자로 성장한다는 것은 지성에서 믿음으로, 기억에서 소망으로, 의지에서 사랑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입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그리스도인이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그 길에서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기억한다고 생각한 것이 혼란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또 우리가 원했던 일들이 공허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우리의 지성과 기억과 의지가 진정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믿음, 소망, 사랑 안에서 우리 자신이 다시 지음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구조를 믿음, 소망, 사랑에 관해 성찰하는 도구로 사용하여, 현대 문화 속에서 지성과 기억과 의지와 관련해 우리를 압박하는 문제와 곤경들에 대해, 즉 문제제기 방식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고자 우리가 사용하는 방책들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그에 더해 우리가 제자로서 온전한 인간성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되찾고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역시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