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을 꾼 것 같습니다.
11년 전
장모님(최용은 클라라) 가셨을
때에도
잠시 귀국하여 동대문교회에 갔었는데
이번에 장인어른(경억원 요한)께서
가시는 바람에 갑자기 한 번 더 태평양을 건너게 되었고
그리하여
떠난지 20년이 된 교회를 한 번 더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몇 번 더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만
동대문교회는
제 신앙의 출발점이자 영원한 고향입니다.
2.
교회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가끔 유튜브로 감사성찬례에 참여하지만
화면에 보이는 부분은 몹시 제한적이니까요.
교회 뒤편에 걸려있던 敬天愛人(경천애인) 서예 액자가 안 보이고
성가대 뒤편 벽에 걸려있던 커다란 유화 한 점이 없어진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거기 적혀있던 ‘경천애인’은
마르코의 복음서 12장 28절-31절의 말씀을 요약한 것입니다.
<율법학자 한 사람이 와서 그들이 토론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예수께서 대답을 잘 하시는 것을 보고 ‘모든 계명 중에 어느 것이 첫째 가는 계명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첫째 가는 계명은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 하느님은 유일한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또 둘째 가는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것이다.
이 두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경천.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애인.
그래서 ‘경천애인’.
그 글을 적으신 분은 신만재님이신데
독특한 이력으로 대한성공회 역사에 기록될 만한 분입니다.
이제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이지 궁금합니다.
성가대석 뒤편에 걸려있던 그 유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교회 건물 지은 초기에 기증 받은 것이라고 들었고
그 옛날에도 유화 내력에 대해 알고 계시는 분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유화 실물이 없으니
그저 기억 속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3.
교회에 갈 때마다
제일 기분 좋은 것은
알지 못하는 얼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제가 떠날 때의 그 사람들만 있다면
그것은 교회의 정체를 말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몹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비록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제가 알지 못하는 얼굴들이 있어서 흐믓했습니다.
특히
어린이가 포함된 젊은 부부를 바라볼 때에는
교회의 밝은 앞날을 보는 것 같아서 몹시 기뻤습니다.
4.
갔던 날이 부활절이라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게다가 그 날은
정호철(요한) 회장님의 칠순을 축하하는 식사자리가 있었는데
워낙 일정이 빡빡하여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그러나
마음만은 거기 있었으며
멀리서나마 정회장님의 건강을 축원하였습니다.
5.
내 사랑 동대문교회 모든 식구에게
주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