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음 주에 또 만나지 맙시다' 교회
12月4日 일요일, 오늘만큼은 꼭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어제부터 굴뚝 같았다. 수수하게 차려 입으신 할머니
한 분이 토요일 오후 각 병실을 도시면서 주보를 미리 배포하며 내일 일요예배를 알리신다. 일요예배에 참석하
기 위해 TV 일기예보에 열중한다. 내일은 올 겨울 들어 최저기온을 보이겠다고 한다. 은근히 고민된다. 잘난 척
하고 교회갔다. 감기나 얻어걸려 병원신세가 더 길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요일 아침, 새벽 출근한 간호사에
게 바깥날씨를 먼저 묻는다. 만만치 않게 춥단다. 단단히 입고 외출하란다. 고민된다. 추위를 뚫고 미사예식이
익숙한 성공회 대학로교회로 휠체어를 혼자 몰고 갈것인지, 아니면 지하구내통로로 연결된 병원교회에 갈 것인
지. 노팬티에 환자복 달랑 입고 위에 점퍼입고 바깥길로 혼자 휠체어 몰고 대학로교회 가기에는 너무 춥다. 시
간이 촉박하여 휠체어를 급히 몰아 교회중앙통로에 위치하여 예배를 드리는데 모든게 새롭고 순수해 보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인 환우들, 참석조차 여의치 못한 환우들 대신 참석한 그 보호자들, 다 낯설은 사람들이지
만 자리가 차고도 넘쳤다. 순복음교회 청년성가대원들 20여명이 봉사 차 파견나와 앞좌석에서 예배분위기를 리
드한다. 그들의 순박함에, 열성에, 찬송에 마음이 울컥한다.
제대 옆 오색 스테인 그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살이 그리도 따사로울 수가 없다. 인공적인 조명발보다 더 은은하
며 화려한 것 같다. 설교서두에 전주에 나왔던 어떤 어린 인생, 일전 저 세상으로 떠남을 알린다. 대림절
관련 설교, 예배 말미 "여러분들 다음 주에 만나지 맙시다"라고 광고말씀 하신다. 다음 주 또 만남은 병원치료의
바람직하지 않은 연장을 의미함에서 그런가보다. 다음 주에 또 만나지 맙시다. 일반적인 교회에서는 통하지 않
지만 이 교회에서만큼은 딱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일전 병동 통로에서 운동 중 어떤 1인 병실 열린 문틈 사이로 성가 경음악이 울려나왔다. 익히 접해왔던 곡이며
지금의 내 심정을 정확히 들여다보는 "주~없이 살수 없~네"였다. 휘파람으로 수없이 불러본다. 또 울컥인다.
어느샌가 난 울컥바보가 되버렸나보다. 아마 라일락이 지면서부터 그리 되었나보다.
주 없이 살 수 없는 첫째 이유는 예수 안에만 구원이 있기 때문이며, 둘째 이유는 주가 없으면 우리의 존재 자체
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며 여기서의 삶은 현세와 내세를 포함한다는 주석을 다시 음미해 본다.
"주~없이 살수 없네" 성가 덕분에 이번 주 아주 특이한 예배를 올렸다. 교회를 나오는데 아주 홀가분한 마음이
며 휠체어 바퀴도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점심식사도 더 맛있는 것 같다. 동대문 교회 어머니 회원들 중심으로 여
러 교우분들이 병문안을 오셨다. 원로 어머니회원이신 문마리아 교우님도 오셨다. 젊은 놈이 위로를 해드리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위로를 받고 있으니, 우리 어머님이 날 위해 애처롭게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아 또 울컥해진
다. 라일락과 같이 GFS 활동했던 젊은 어머니회원들을 보니 라일락 모습이 오버랩되어 또 울컥해진다.
내 가슴 속에 가라앉아 있었던 침전물, 옹졸한 이기심에 젖어 있었던 노폐물, 그들 전부를 뒤집어 흔들어 위로
분출시키는 울컥함. 내 안의 정화와 순화의 한 과정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동대문 교회도 성가대석을 종전과 같이 제대 앞 쪽으로 이동하여 미사분위기를 집중,
고조, 리드하는 그런 변화를 기하면 어떨는지? 지금의 위치는 제대를 향하는 위치라기 보다는, 본당에 들어오
는 교우들과의 첫 대면 위치인 것 같고, 제대를 향한 집중력 강화 의미의 위치는 아닌 것 같다.
또 한가지, 일요 대미사 전, 동부시립병원 방문 성가대 찬양예배로 불쌍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것. 어떨는지? 동
대문 한옥교회 초기 그런 활동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음.
좋은 것은 계승개발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 '다음주에 또 만납시다' 교회
12月10日 일요일, 그 동안 병마의 시달림에서 승리, 수술을 통한 건승의 기쁨. 여러 교우분들의 기도의 힘을 내
두 다리로 보여드리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러 교회에 나왔다. 아직도 목발 사용이 미숙하여 조심조심 턱 넘고 돌
뿌리 넘어 오랫만에 우리 선조들과 라일락이 들락이었던 성전 입구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참 오랜만이라 감정
이 참 오랫동안 가라앉게 된다. 한참 묵상하고 있는데 원로 교우 한 분이 뒤에 오시더니 당신 지정석이라며 자
리를 빼라신다. 가슴이 시리다. 목발 챙기고 수술한 다리 챙겨 허겁지겁 뒷자리로 옮겼다.
감상과 현실 이렇게 차이가 있나보다. 매일도 아닌 일요일 한번 너무 예민해지지 말자.
성가, 내 영혼을 달래주는 영가. 또 나를 울린다.
영성체 시간, 내 차례. 목발 짚고 앞사람 좇아가려니 간격 좁히기가 만만치 않다. 간격이 벌어져 나 혼자 심판대
에 오르는 기분이 울컥울컥 든다. 미사 전후로 원로교우님들, 병마와 오래 씨름하고 계시는 교우님들의 애절한
위로 정말 눈물 겨워, 그저 글썽임만으로 응답할 뿐. 이렇게 인간은 상황에 따라 순화되며 점점 인간으로 여물
어 가나보다.
다음 주에 또 만나지 맙시다 하는 진솔한, 애절한 마음으로 다음 주에 또 만나는 우리.
우리 교회를 그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