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지금도 바다로 흘러나간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증언하는 '후쿠시마의 오늘'
이재호 기자
(출처-2014년 10월 13일 <프레시안>)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총리를 지냈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는 핵발전소가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발전 방식이라며 핵발전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 나오토 전 총리는 11일 '후쿠시마를 넘어 탈핵으로'라는 주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강연회 및 야 3당(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녹색당) 공개 좌담회에 참석해 지금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간 전 총리는 "녹은 연료를 식히기 위해 원자로를 통해 격납용기(방사능 물질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용기) 안으로 물을 넣고 있는데, 격납용기에 구멍이 있어서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1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후쿠시마를 넘어 탈핵으로' 좌담회
ⓒ프레시안(이재호)
사고가 발생한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대로 수습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난달 현장에 가보니 6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폐로(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를 없애는 일)작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원자로를 완전히 폐로시키려면 빨라야 40년"라고 설명했다. 간 전 총리는 "원전을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보다 폐로 처리를 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전은 저렴하지도, 깨끗하지도 않다"고 단언했다. 핵발전 이후 생기는 이른바 '사용 후 핵연료'처리 비용과 후쿠시마 핵발전소처럼 사고가 발생할 때 들어가는 수습 비용, 폐로를 시킬 때 비용과 더불어 핵발전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값싸고 친환경적인 핵발전은 허상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간 전 총리는 핵발전을 멈추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에서는 전력의 절반 가까이가 재생에너지이고, 미국은 원전보다는 셰일 가스로 화력발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원전 비율을 50%까지 내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면서 전 세계적인 탈핵 경향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적 경향과는 달리 동아시아에는 갈수록 핵발전소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핵발전소 수주를 놓고 세계 곳곳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에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은 한중일 3국의 핵발전소 가동을 멈출 수 있는 ‘한중일 탈핵 국제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연대가 결성되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과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동시에 포기시키면서 동아시아를 비핵지대로 만드는 정책도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와 닮아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초기 대응 미숙 △정확한 정보 미비 △국민 생명 구조에 무능한 정부 △자본의 무책임 등이 결합되면서 세월호 참사와 매우 유사한 정황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간 전 총리는 사건 당시 현장에 대한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핵발전소와 관련해 받은 첫 번째 보고가 "(핵발전소가) 무사히 멈췄다"였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보고는 "후쿠시마 발전소의 모든 전원이 나갔다"는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바뀌어버렸다. 초기 상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하던 도쿄전력은 당시 발전소의 상황을 정부와 일정 부분만 공유했다. 정부와 도쿄전력의 통합대책본부가 도쿄전력 본사 안에 마련된 이후 회의실을 찾은 간 전 총리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24시간 연결돼있는 화상 모니터를 발견했다. 도쿄전력이 그동안 핵발전소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음에도 정부에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 지난 2011년 3월 12일, 사고 발생 하루 뒤에 상공에서 촬영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모습.
원자로를 강제로 냉각시키면서 나오는 증기가 공기중에 떠다닐 위험이 있다. ⓒAP=연합뉴스
사전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는 것도 세월호 참사와 유사하다. 간 전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은 해수면으로부터 10미터를 파내고 지었다. 해수면으로부터 원자로를 냉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핵발전소 사고로 이어지는 주요한 원인이 됐다. 해당 지역은 10~15미터 정도의 해일이 발생하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간 전 총리는 "후쿠시마는 해수면보다 35미터 정도 높은 지형을 가지고 있다"며 애초에 해일 가능성에 대비해 보다 높은 곳에 발전소를 지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사건 발생 이후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도 세월호 참사와 비슷하다. 좌담회 사회를 맡은 김영희 변호사는 사고 당시 일본 정부가 방사능 물질이 얼마나 확산됐는지 시뮬레이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오염이 심한 지역으로 피난을 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간 전 총리는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에 유출됐을 때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는데, 대피 범위를 결정할 때 이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사고 지점에서 반경 250km가 대피해야 할 범위라고 나왔는데, 정부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되는 지역의 국민들에게 일단 대피하라고 발표를 할 경우 혼란을 줄 수 있어 시기를 조절했다고 해명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개선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도 두 사건의 유사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선 이후 멈춰있던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중대 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사고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원전 폐기물, 방폐장 수용량 초과"
김제남 의원 "방사성 폐기물 늘리는 정책 수정해야"
김윤나영 기자
(출처-2014년 10월 13일 <프레시안>)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원전을 가동할 경우 배출될 방사성 폐기물의 양이 경주 방폐장의 수용 용량을 초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로 방폐장을 짓지 않으면, 삼척 등에 신규 원전을 유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 발생량 추정'을 의뢰해 분석한 결과,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을 설계 수명까지 운영한다고 했을 때 앞으로 80만6766 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배출된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경주 방폐장의 수용 용량인 80만 드럼을 초과하는 수치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13년부터 2027년까지 이미 발전 중인 원전 23기와 건설 계획이 확정된 원전 11기를 대상으로 수립됐다. 신규 원전 예정구역인 삼척이나 영덕에서 나올 폐기물량은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을 한 차례 한다면 중저준위 폐기물 배출량은 88만4766 드럼으로, 두 차례 한다면 92만8766 드럼으로 증가한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란 원전에서 쓴 방호복이나 장갑 등을 뜻하는데, 국내에서는 경주 방폐장이 유일하게 처리하고 있다.
김제남 의원은 "경주 방폐장은 삼척 등 신규 원전과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으로 발생할 폐기물을 처리할 능력이 없으며 이미 세워진 건설계획상의 폐기물도 다 소화하지 못한다"며 "새로운 방폐장을 건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방사성 폐기물을 무작정 늘리는 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