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폐회, 긴 토론의 시작
교황 폐회 연설, 진솔한 대화 속 일치 강조
편집국 | editor@catholicnews.co.kr
(출처-2014년 10월 2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가 10월 19일 끝났다. 시노드의 분위기와 표결의 내용은 마지막 회의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연설에서 일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우선 이번 시노드가 “함께 가는 길(여행)”이라는 “시노드”(synod)의 본뜻을 충실히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참가자들이 서로 대립도 있었지만 이 또한 진솔한 대화의 한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 시노드에서 보인) “이른바 전통주의자”와 지식인들의 “냉담한 완고함”을 강력히 경고했다. “글로 쓰인 단어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놀라움의 하느님’, 성령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상처를 치료하기 전에 붕대부터 감으려는” “공상적 사회개혁주의자”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자, “진보주의자”에 대해서도 주의를 줬다. 문제의 뿌리를 건드리지 않고 증상만 다룬다는 것이다.
▲ 이번 시노드에 참여한 추기경, 주교와 대화하는 교황.
(사진 출처=바티칸 라디오)
그러면서도 그는 예수님도 악마의 유혹을 받았는데, 그 제자들이 이런 유혹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다독였다. 그는 또한 교황직에 대해서도 주교들과 연관해 말하고자 한다면서, 교황의 의무는 교회의 일치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황의 의무는, 사목자들에게 그들의 첫째 의무가 양떼를 돌보는 것, 즉 잃어버린 양을 찾아 환대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점에서, (이번 시노드에서) 자기는 사목자들에게 밖으로 나가 잃어버린 양떼를 찾으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환대하라고만 말하는 실수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번 시노드는 10월 13일에 발표됐던 중간보고서에서는 동성애자 등에 대한 “환대”(welcome)를 언급해 서구 언론을 놀라게 했지만 보수파들이 언론을 통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결국 결말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서방의 유력 언론들은 찬성이 2/3에 2표 모자랐지만 과반수를 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내년 10월에 다시 같은 주제인 “가정”을 주제로 열리는 시노드 정기 총회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그간 교회 안에서는 더욱 활발한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에 따르면, 이번 시노드 보고서는 각 나라 주교회의에 “의안집”으로 보내져 지역별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내년 시노드 정기 총회에서 다시 다룬다. 그는 연설 끝 부분에서 “이번에 제출된 의견들을 더 다듬고 구체적 해결책을 찾아서, 여러 가정을 에워싸고 질식시키는 많은 장애에 해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참석자들을 축복하고, “고맙습니다. 편히 쉬세요, 네?”하면서 말을 맺었다.
교황의 연설을 보면, 이번 시노드는 구체적 열매를 맺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쟁점을 드러내고 솔직한 의견을 교류하며 접점을 모색하는 예비회의로서는 충분한 구실을 한 듯하다.
가정 시노드, 예비회의로 임무 마쳐
내년 10월 정기총회에서 재론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출처-같은 신문 같은 일자)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를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의 답은 일단 “불가”였다. 지난 10월 5일부터 19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린 가정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최종 보고서에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환대해야 한다”고 기술한 조항이 채택되지 못했다.
이는 13일 중간 보고서에서 “동성애자에게도 은사가 있으며, 이를 통해 교회에 헌신할 자격이 있다”고 발표한 내용에 대한 절충안이었으나, 최종 보고서 반영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전체 투표자 180명 중 찬성 118명, 반대 62명으로 부결됐다. 가결되려면 투표자의 2/3가 찬성해야 하는데, 2/3 정족수는 120명이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기존 교회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결과다.
▲ 창세기 19장에서 소돔의 사내들이 롯의 집으로
침입하려는 장면.(이미지 출처=en.wikipedia.org)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2003년에 발표한 문헌, <동성 결합의 법적 인정에 관한 고찰>에서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남자와 여자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된다”면서도, 동성애를 ‘정결을 크게 어기는 죄’로 규정, “교회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존중이 결코 동성애 행위에 대한 인정이나 동성애자 결합의 합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이른다.
이번 시노드 토론 내용은 각국 주교회의에 "의안집"으로 보내져 내년 10월에 다시 가정을 주제로 열리는 시노드 정기총회에서 다시 다루게 된다.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의 영성체 가능 여부도 이번 시노드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 부분 역시 언급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시노드 전에 이혼 후 재혼 신자들이 혼인 무효 전에도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이후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중간 보고서에서는 “이혼 후 재혼 신자들에 대해 교회가 충분히 존중할 것과 어떠한 차별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최종 보고서에서 가장 전향적인 입장이 반영된 것은 동거와 성사 없는 결혼, 그리고 피임 문제다. 보고서는 “결혼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남녀 커플 등 이성 시민 결합에도 긍정적 요소가 있으며 피임도 존중할 여지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사목적 배려’의 여지를 보였다.
특히 피임에 대해서는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이 인공피임에 반대하는 입장의 회칙 '인간 생명'을 발표한 이후, 가톨릭 교회는 인공 피임을 “하느님 창조 사업에 어긋나는 죄”로 규정해왔으나, 40여 년만에 다시 논의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시노드 결과를 두고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송현 신부(부산교구 가정사목국)는 “현재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역력히 드러낸 것”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송 신부는 특히 가정 문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배려가 힘든 이혼자, 동성애자 등 교회 내에서 약자인 이들에 대해 교회 전체가 해결책을 모색한 자리였다면서, “시노드 소집과 주제에 대해 교황이 결정한 만큼, 이는 약자와 고통 받는 이들을 껴안으려는 교황의 사목 지향이 가정 사목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노드’는 의결 기구가 아니라, 교황의 최종 사목적 결단을 위한 자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시노드 과정과 결과를 통해 교황은 전 세계 교회의 사목 현황과 현실을 확인하고 자문을 받는 것이며, 최종 결정과 문헌 작성은 교황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시노드에서 전례 없이 모든 과정을 공개한 것으로 볼 때, 내년 정기 총회에서는 보다 포괄적인 내용들이 풍부하게 다뤄질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