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찾은 뉴질랜드.
오늘로서 오클랜드에 머문지 2 주가 지났다.
어젠 집중호우가 휩쓸었는데 오늘은 거짓말처럼 활짝 개였다.
이곳 뿐 아니라 북섬 전체가 입은 비 피해가 대단하다고 요란스럽다.
3개월 치 강우량이 단 하루에 쏟아졌다고 하니 이상기후를 탓할 수밖에 없겠다.
오클랜드에 대한 내 기억은 아득히 10년 전에 새겨진 것.
하여 아무리 변화가 적은 사회라 해도 10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을 터.
그래서인지 거리의 공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데...
대체적으로 활기 찬듯 해서 좋긴 한데 왠지 이전과 다른 긴장감이 닥아온다.
'수월한 삶은 어느 곳에도 없다'.
오클랜드는 최대의 상업도시, 인구도 100만을 훌쩍 넘는다^^ㅎ.
이 나라 유일한 국제도시라 할만 한 이곳은 바깥세상을 향한 창이기도 하다.
키위(보통 뉴질랜드 사람들을 가리킴)들은 지금 무얼 생각하나.
지난 2주간 종이신문과 방송매체를 중심으로 살핀다면 아래와 같다.
-오클랜드의 집값도 자꾸 치솟는 중. 평균 집값이 울 나라 돈으로 3억원 선이다.
전국 평균도 2억원을 넘는다. 인구는 극히 적고 땅덩어리는 극히 넓은데도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잘 나가는 봉급장이가 집 장만하는 데 12년 걸린다고 한다.
-국회에 상정한 반체벌법Anti-Smacking Law을 둘러싸고 온나라가 시끄럽다.
이 법의 취지라면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엄격히 제한하자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데 국민 대다수는 이 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여 수도 웰링톤에선 시위가 그치질 않는다(아래 사진).
그 이유는 '부모의 선량한 훈육적 체벌마저 범죄'로 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요신문과 TV는 "이라크 전쟁 4주년"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이 나라에선 영국 BBC방송도 항상 시청가능한데 그 중 어느 대담프로는 정말 볼만 했다. 전/현직 관료들, 반전단체 회장 등 비중있는 인사들과 일반 방청객들이 즉석에서 벌이는 토론 프로그램이었다. 이 자리에는 미국의 전 유엔대사 존 볼턴도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 네오콘 정객을 향해 어느 시민이 던진 질문. "미국은 이라크의 민주주의와 안전을 자꾸 강조하는데 그건 거짓말이다. 그대들의 관심은 석유이고 정말로 이라크를 위협하는 요소라면 부시 정부와 그대 같은 정치가들이다". 통쾌했다. 그때 쩔쩔 매면서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던 볼턴의 얼굴이란.
-이라크 전쟁의 불똥은 이란에까지 번질 것인가. 지난 주, 영국의 해군병사 15명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기 해상순찰 중' 이란에 강제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해침범 여부와 외교적 해결 등이 초점이지만 무엇보다도 초미의 관심은 사건을 둘러싼 미국의 향후 움직임, 그것도 군사적 움직임일 수밖에 없다. 어제 검은 베일을 머리에 쓰고 이란방송에 비친 영국 여군의 모습 - 갑자기 마치 서방과 이슬람의 갈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버린 느낌.
-북 아일랜드에는 평화의 올리브 잎사귀 소식이. 신 페인 당 Sinn Fein의 제리 아담스와 민주연합당 DUP의 이안 페이슬리가 오랜 적대관계를 끝내고 연합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이끄는 북 아일랜드 의회가 오는 5월 8일이면 영국정부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아 새 내각을 구성한다고. 제리 아담스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 그는 한때 아일랜드 공화군 IRA의 투사였지만 의회주의를 일찍이 수용한 사람. 반면에 페이슬리는 비타협적인 강경노선을 걸어왔던 개신교를 대표한다. 북 아일랜드 문제에 종교 갈등(가톨릭과 신교)이 깊이 얽혀든 점은 잘 알려진 사실. 이 점은 너무 복잡해서 신문을 읽어도 미진한 구석이 남는다.
-오클랜드에서도 시위대를 심심치 않게 만난다. 이 점은 분명 과거와 많이 다르다. 지난 3월 20일에는 시내 한복판에서 반전반핵 시위대를 봤다. 모두 젊은이들로서 인원이라고 해봐야 고작 20명 안팎이었지만 반가웠다.
-역시 길거리에서 만난 시위대를 통해 들은 소식.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사이의 국제협약이 항거의 대상인데 그 일반적 성격에선 우리의 FTA협상과도 같아 보인다. 즉 이 협약이 국회에서 비준되면 뉴질랜드의 보건산업 전반이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시위대가 건네준 유인물은 자못 비장한 어조로 호소한다. "유럽 이주인, 마오리, 아시아인, 폴리네시아인, 중동인, 남녀 노소 그 누구이든 모든 뉴질랜드인이 궐기해야 한다"고 써있다. 이 주장을 그대로 옮겨 크게 본다면 지구화 권력과 지방적 주권 사이의 싸움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답답한 노릇이다. 신문도 방송도 어찌된 일인지 이 협정에 대해선 침묵이다.
딸과 사위에게(방금 새로 얻은 아들^^) 그리고 오클랜드 대학(세계 50위 안에 든다)의 여대생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단다. 그럼 이를 추동하는 주체는? 유인물에는 [범 타스만기구]Trans Tasman Authority라고 쓰여 있다.
사진은 2007년 3월 29일자 [뉴질랜드 헤랄드]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