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 -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레위기의 유명한 말씀을 듣습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르신 말씀입니다. “야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
복음에서도 우리는 산상 설교에서 내리신 예수님의 명령의 요약이라 할 수 있는 말씀을 듣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사실 놀랍기 그지없는 아찔한 말씀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처럼 거룩하게 되겠는가?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처럼 완전하게 되겠는가?’ 하며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레위기에서 이 거룩하라는 명령이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로 요약되는 이웃 사랑의 계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에 여기서 거룩함이란 우리에게 멀리 있는 신비스러운 체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구체적인 사랑의 계명을 실천할 때 도달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한편 복음에 나오는 완전해지라는 명령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원수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이로써 이웃 사랑의 명령은 더 넓게 확장됩니다. 이 구절과 구조상 병행하고 있는 루가복음의 말씀을 들어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남에게 좋은 일을 해주어라. 그리고 되받을 생각을 말고 꾸어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며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은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다. 그러니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가 6:35-36)
결국 완전함이란 흠 없는 완벽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이에게도 비를 내려 주시는 하늘의 아버지의 자녀가 되고자 하는, 그분을 닮아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르침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의 그 어떤 기준과도 바꿀 수 없는, 주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