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전하기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로 가시어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시는 장면을 전해 줍니다. 그러면서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이 이루어졌음을 알려 줍니다. 제1독서에서 우리는 그 예언을 들었습니다. 이 차가운 계절에 이사야서의 이 대목을 묵상해 봅니다.
무거운 침묵과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겨울밤입니다. 한 줄 한 줄 눈으로 이 구절들을 따라갑니다. 이윽고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9,1)라는 말씀에 멈추어 섭니다. 왠지 울컥하다 싶더니 조금씩 반향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마음속 깊이 어디선가 빛이 돋아나는 것 같습니다. 밖은 어둡지만 이미 새벽이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사야서에서 나오는 ‘빛’과 ‘어둠’은 인간 존재를 표현하고 움직이는 근본적인 표상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표상은 단순히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도구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체로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얻고 새롭게 해 주기도 합니다.
한 철학자가 빛과 어둠의 표상에 대해 묵상한 내용이, 이 성경 말씀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감동을 이해하는 데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 안에서 서로 겨루고 있는 대립적인 것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자기 자신 너머를 가리킨다. 세계가 가진 색깔과 빛들의 수많은 변화 형태들로부터 우리 안에는 ‘빛’이라는 표상이 생겨난다. 이 표상 안에서 우리는 비춤, 덮임, 밝힘, 타오름 등을 알아차린다. 이 표상 안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게 된다. ‘어둠’의 표상에서 우리는 신비가 있고, 방황이 있고,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현존하시는 하느님』에서).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통한 예언의 성취는 우리가 우리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을 간절히 기다릴 때, ‘지금 여기에서’ 구원의 체험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