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했던 불행이 우리에게 닥쳐올 때 기존의 우리를 지탱하던 중심이 곧바로 뿌리째 흔들리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신앙인이라면 시련 앞에서, 시련 자체와 더불어 신앙의 위기라는 또 다른 시련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신앙의 힘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그 신앙이 걸림돌이 되어 곧바로 하느님을 원망하고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는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고 허리가 굽어 몸을 펼 수없는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여인은 긴 세월의 투병으로 고통의 삶을 살았고 허리가 굽어 불편한 일상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굽은 허리만큼이나 굴곡의 삶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기조차 어려웠을 여인은 구세주 주의 말씀을 들으려 회당까지 왔던 것입니다.
그런 걸음으로 당신 앞에 나온 여인을 예수님께서는 외면하지 않으시고 손을 얹어 병을 고쳐주십니다. 복음은 [그러자 그 여자는 즉시 허리를 펴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반면 회당장은 예수의 그런 모습에 오히려 분개하였습니다. 안식일 규정을 내세워 예수님의 사랑을 비난하였습니다. 안식일에도 자기 재산인 소나 나귀는 먹이면서 병마에 사로잡혀 열여덟 해를 고생해온 이웃의 아픔은 외면한 것이지요 허리 굽은 여인보다 더 심각한 마음 굽은 병에 걸린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복음의 여인처럼 몸이 불편함에도 열심히 기도를 드리고 주일 감사성찬례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보게 됩니다. 이분들은 비록 허리는 굽고 몸은 불편하지만 또 생활이 어렵지만 곧은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께 기도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회당장이처럼 주님을 외면하고 이웃의 아픔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굽어버린 우리 영혼도 치유되어야 할 것입니다. 돈이 되고 흥미 있는 일들은 재빨리 챙기면서도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는 게으르지 않은가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 하루 우리들이 처한 시련에 주저 않지 말고 주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집시다. 우리의 아픈 허리를, 마음을 곧게 펴고 주님께 기도합시다. 그분은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않고 사랑으로 도와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