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성령을 주셨다는 것은 부활의 선물로 성령을 주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성령의 선물은 부활의 결과이며 동시에 동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께서 부활하시어 새 생명을 가지시고, 그 생명을 성령의 활동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심으로 새로운 창조를 시작하십니다. 따라서 그 성령은 어떤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어떤 힘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하여 주시기 때문에,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제자들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성령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숨을 내쉬시며” 성령을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도 사람을 빚어 생명을 주실 때에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셨습니다.(창세 2,7)
그러니까 “숨을 내쉬며” 성령을 주시는 것은 새로운 생명을 주시는 것입니다. 그때까지의 생명은 원죄로 힘을 잃고 있었습니다. 이제 예수께서 인간의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사도들에게 주심으로 세상이 새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죄의 용서는 새로운 출발입니다. 이 용서로써 화해가 이루어지고, 화해는 평화를 주며, 화해는 하느님과 일치케 함으로 새로운 생명을 줍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작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다 초대하시기 때문에, 교회 안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개인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서 성령의 힘으로 교회의 이익을 위하여 풍성한 결실을 맺어야 합니다.
제1독서의 사도행전은 성령께서 혀 모양으로 바람을 타고 불길처럼 사람들에게 내리셨다고 합니다. 성령은 불처럼 더러운 죄를 말끔히 태워주고, 불빛처럼 우리의 깜깜한 머리를 밝혀주고, 불의 열처럼 우리들의 두려워하는 마음에 뜨거운 열정을 주고, 불의 힘처럼 가라앉은 기를 살려 세상을 정복할 힘을 줍니다. 무엇보다도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공동체를 이루게 해주십니다. 이스라엘에 국한되었던 하느님의 백성이 온 세계로 뻗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성령의 넘치는 힘을 내 안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사도들처럼 세상 끝까지 나가 주께서 이루신 일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교회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생기에 넘치고 영원한 삶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령강림 대축일을 맞아 견진성사 때 받은 성령과 그 은혜를 다시 청합시다. 오소서, 성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