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Rene Descates)의 말을 빌려 종교학자 닐스 페레(Neils Ferre)는 말했습니다.“나는 기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처럼 기도는 종교인의 특징이며 세계 도처에 있는 종교들의 공통 요소이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기도는 인간 삶 깊은 곳에 자리했습니다. 그리스도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교의 기도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좀 더 풀어쓰자면 그리스도교에서 기도는 모든 것을 포용하시고 모든 것을 있게 해 주시며 모든 것 안에 계시는 존재와 나누는 대화입니다. 이러한 기도에 관한 정의는 그리스도교가 기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스도교에서 기도는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지든, 성찰이든 묵상이든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말을 건넬 수도 있고 묵상할 수도 있으며,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꼭 말을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느님과의 소통은 사고와 생각, 감정과 느낌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걷기, 서기, 절하기, 무릎 꿇기, 팔을 들어 경배하기 등 우리의 몸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맺을 때도 여러 수준과 차원이 있듯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며 기도하는 것에도 여러 수준과 차원이 있습니다.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는 기도를“영혼의 정원에 물 주는 일”에 견주어 기도의 단계를 설명합니다. 그녀에 따르면 기도의 첫 번째 단계는 우물에서 직접 물을 길어 올려 영혼의 정원까지 물을 길어 나르는 일입니다. 이 단계에서 사람은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단계는 도르래를 이용해 물을 길어 올려 정원에 물을 대는 단계입니다. 물길 내는 수고를 마치고 나면 더는 물을 옮기기 위해 힘을 쓸 필요가 없듯 이 단계에서는 첫째 단계보다 상대적으로 드는 힘이 적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기도하는 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가만히 서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충분히 자신을 적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기도를 드리는 가운데 순차적으로 체험할 수 있지만 때로는 중첩되기도 하고, 때로는 앞뒤를 오가며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