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봉헌 축일 사목서신
“그리고 모세가 정한 법대로 정결 예식을 치르는 날이 되자 부모는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다. 그것은 "누구든지 첫아들을 주님께 바쳐야 한다."는 주님의 율법에 따라 아기를 주님께 봉헌하려는 것이었고 또 주님의 율법대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정결례의 제물로 바치려는 것이었다.” (루가 2:22-23)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합니다. 당시 율법에 따라 첫아들을 하느님께 바치며 부모의 신앙을 이으려는 뜻입니다. 또한, 빈궁한 살림에 마련한 작은 제물도 바칩니다.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고, 오염된 자신을 깨끗게 해달라는 청원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려야 할 봉헌은 우리 삶 자체입니다. 삶을 바치기로 다짐하는 뜻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에 감사하며 주님께 받은 것을 재물과 봉사로써 조금이나마 주님께 돌려드립니다. 세상의 종교는 종종 본래 뜻을 잃고 봉헌을 형식적인 제사로 이해하곤 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전 봉헌은 아기와 같은 새로운 세대와 그 생각, 미래를 향한 희망이 우리의 봉헌이어야 한다고 전합니다. 우리의 헌금과 봉사와 제물은 모두 이러한 새 생명과 희망에 바쳐져야 합니다.
봉헌의 현장인 성전은 새로운 만남의 공간입니다. 인생의 황혼이 되도록 세상의 구원을 신실하고 겸손하게 기다리던 ‘시므온’과 여성 예언자 ‘안나’를 만납니다. 특별히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의 시대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공간을 확인했습니다. 몸은 성전에 모이지 못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마음, 우리의 존재가 하느님 안에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지체들을 위해 기도하며 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체험입니다. 건물과 장소를 넘어선 신앙생활, 거룩한 친교를 이루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의 봉헌축일은 매년 교회의 제단과 가정에서 사용할 기도초를 축복합니다. 이번 주의 봉헌축일도 우리는 성전에 모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사목단은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며 가정에서 사용할 기도초를 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사용하고 남은 부활초, 제대초를 모두 녹여서 가정기도초를 만들고 미리 축복하여 여러분께 보내 드립니다. 성탄절 보내드린 기도상보로 가정의 제단을 세우고, 이번에 보내드리는 기도초는 그 가정제단의 불을 밝히는데 사용하시라는 의미입니다. 매주일 영상을 통한 감사성찬례, 그리고 개인의 기도 시간에 기도상보와 더불어 개인기도초를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성전의 제대와 가정의 기도상을 밝히는 양초를 봉헌하고 축복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세상의 빛이 되어 우리 성전과 제대를 밝히듯이, 축복된 양초로 우리 가정의 기도상을 밝히라는 당부입니다. 교회와 가정에서 밝힌 희망의 불빛이 사회와 세상의 어둠을 밝혀가리라 믿습니다. 세상의 어두운 구석에 있는 이들에게 손을 펼치고 새로운 세대, 낯선 사람들과 손을 맞잡아 세상을 밝히는 봉헌의 실천이 우리 안에 일어나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2021년 2월 동대문교회 사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