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제 야외 성찬례를 잘 정리해서 올리신 차준명 위원을 포함하여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꾸벅^.
행사를 앞에서 이끄신 분들께 드리는 찬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말씀이 있습니다. 말없이 동대문교회를 떠받치는 신심의 기둥 같은 분들, 이러한 교우님들이야말로 어제 밖에서도 새삼 돋보였다는 사실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집안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어머님들의 손길이 대표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제 비내리는 숲 속에서 든 점심은 그 어느 떄보다 맛있었습니다. 비 맞아 한층 더 싱그러운 숲의 향기와 신록에 둘러싸였던 하루. 대자연 앞에선 우리 모두가 어린 아들딸들일 뿐. 제절로 신이 나고 힘이 솟더군요. 누구랄 것 없이 모든 교우님들이 이런 생명의 약동을 몸으로 맘으로 맘껏 호흡하셨으리라 봅니다.
어제 성찬례는 약수동 교회와 합동으로 드렸다는 사실 외에도 무척 뜻 깊게 여겨지더군요. 우리가 '둥지를 틀었던' 바로 옆 건물에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머물렀었거든요. 처음엔 순례단이 곁에 있는지를 몰랐었지요. 그런데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정호철 신자회장께서 알려주시더군요. 나와 마찬가지로 반가워서 그랬는지 다소 흥분하면서 말입니다. 안 사뮤엘 "아부지"(안철혁 신부님)가 미리 일러주셨듯이,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100일 도보순례>는 어느덧 97일째를 맞습니다. 그러니까 석달 전 쯤 김포 애기봉을 떠나 한강과 남한강, 낙동강을 거쳐 영산강과 금강을 아우른 다음, 다시 문경에서 시작하여 남한강을 따라 한강으로 이르는 대장정입니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오는 도정인 어제, 팔당대교를 지나 수목원에서 우리와 우연히 조우한 셈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100일을 채운 오는 24일(토)에는 오후2시 종로 보신각을 끝으로 도보순례를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숲에 내리는 비 맞으며 드리는 예배.
순례단의 연합예배에는 향린교회를 주축으로 400 여명의 교인들이 함께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도올 김용옥 선생 같은 명사들이 일부 순례길에 참여하였고요. 일부러 찾아가 보니 아닌게 아니라 도올과 잘 알려진 종교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경 스님과 도법 스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두손을 모으는 불교식 예법을 보여주시더군요. 저는 질세라 깊숙히 고개만을 숙였고요. "불교를 좋아하신다니 진짜 성공회 신자이신가 봅니다." 수경 스님의 재미 있는 응답. 그리곤 "화계사로 한번 놀러 오시지요."
문정현 신부님은 무척 건강해 보이시더군요. "길 위의 신부님을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건강하시지요?"
"응? 그럼 건강해. 길 위의 신부란 건 내가 좋아하는 말인데."
잘 됐습니다. 이 "깡패신부님"이 소탈하시리란 건 짐작했습니다만 사실 즉석에서 만들어본 표현이었는데 맘에 드신다니.
왼쪽부터 도법스님, 도올 김용옥 선생, 문정현 신부님, 수경 스님
반가운 도올 선생과도 몇 마디를 나눴지요. 대화 도중 "경부 대운하를 강행하면 민란이 온다" 하시더군요.
듣기에 따라선 과격하거나 선동적이라고 하실 분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표현을 온당하게 받아 들였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수사적 수위를 따질 계제가 아니라고 보기 떄문입니다. 내친 김에 다른 주제도 질문했습니다.
"<도마 복음서 연구>나 <기독교 성서의 이해> 등 선생님의 저술활동이 기독교인으로서 반갑습니다. 헌데 기철학은 언제 하시나요?"
"어? 거 걱정하지 말아. 내가 다 할 거야." 거침없는 반말. 줄곧 나오는 반말에도 정답더군요^^. 독자로서 꼭 그렇게 되길 바라니까요.
저 개인적으로서도 어제는 '새롭게 만난' 교우님들이 있었지요. 버스안에서 비 쏟아지는 숲에서 말입니다. 강성근 시몬, 이유신 스테파노, 안중득 스테파노, 안귀응, 오종돌 님들이 그러한 분들입니다. 뒤의 두 분은 한학에도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셨더군요.
비가 오니 더 좋은 걸...
-이들에게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주자.
여기에 올린 사진들은 제가 찍은 게 아닙니다. 5월 18일치 <당당뉴스>에서 퍼온 것입니다. 한편, 곧 울 교회만의 멋진 작품이 오를 겝니다. 김빠실 아버님과 이재훈, 전충기 님이 어제 열심히 우리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으니까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그림들은 남의 사진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함께 그린 그림이기도 합니다. 분위기도 하나도 다르지 않고 똑 닮았었고요.
어쨌든 어제는 강과 숲이 어울리듯 아름다운 우리의 벗들을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그 벗들이란 약수동 교회만이 아님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