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소식이다. 재미 작가 김주혜(37)가 러시아가 주는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았다. 국내 언론도 수상소식을 소홀히 취급하지 않은 듯 하지만 왠지 주목도가 떨어져 보인다. 노벨문학상 열풍 떄문이라면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수상작은 "작은 땅의 야수들"(The Beasts of a Little Land). 일제 강점기 조선 민초들의 삶과 투쟁사를 박진감 있는 필체로 그려냈다. 소설 속에는 호랑이 얘기가 많이 나온다. 작가가 어렸을 적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썼다고 한다. 지난 해 이 소설을 읽었지만 솔직히 이렇다 할 감동을 느끼진 못했다. 돌아 보면 재미 작가 이민진의 소설 "빠찡코(Pachinko)" 에서 받은 인상이 워낙 강렬했기에 그랬나 보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작품이란 생각에 교우인 조카딸(앵니스)과 새 신자가 된 영국 처자 클로이에게 한 권 씩 나눠주긴 했었다. 작가는 미국시민이다. 한데 고향이 같다(인천)는 사실^^ 이 한몫 단단히 했다.
작가는 이 소설 하나로 큰 상을 받으며 하루 아침에 유명해졌다. 네이버 지식 백과사전을 검색해봤다. 톨스토이 문학상은 2003년에 제정했고 한국기업 삼성전자가 후원했다. "야스나야 상"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야스야나 폴랴나는 레프 톨스토이가 태어난 지역이며 러시아어로 "빛나는 빈터"를 뜻한다.
번짓수가 다르고 엉뚱한 희망사항임을 모르지 않는다. 수상소식을 들으며 퍼뜩 스쳐간 생각. 지금 한국과 러시아 사이 점점 더 얼어붙어가려는 냉기류에 톨스토이 상이 훈풍으로 작용할 수는 없을까. 평양 상공 무인기 소동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으르렁거리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조마조마해지는 마음을 달래본다.
축하해요, 김주혜 씨. 이 소설을 쓸 때 은행 통장에 남은 돈이 겨우 몇 10 달러였다고 하더군요.